[책] 3세기때의 세례교육은 어땠을까? "사도전승" (분도출판사, 1992)
책 한권을 소개한다. 사도전승이다.
책의 전반부에 기록된 이 책에 대한 설명에서,
원제는 히뽈리뚜스의 사도전승으로 되어있었지만 저자가 확실치 않기에 "사도전승"으로 확정되었다고 한다 (5-6p). 히뽈리뚜스는 3세기 초에 로마교회 안에서 많은 저서를 남긴 중요한 인물이다. 히뽈리뚜스의 출생은 170-175년 사이로 추정되며, 오리게네스가 212년겨에 로마를 방문하였을 때 로마의 명성있는 사제였던 그의 강론을 들었다는 것으로 보아 그가 로마교회 안에서 영향력있는 인물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는 오리게네스와 필적할 수 있을만큼 방대한 저술들을 남겼으며, 로마교회의 가장 대표적인 저술가로 손꼽힌다. 호씨우스에 의하면, 유실된 한 작품 속에서 히뽈리뚜스가 스스로 이레네우스의 제자였음을 고백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27p)
3세기의 교회는 동서방교회를 막론하고 모두 로마제국의 박해를 받고 있었으며 서로 긴밀한 관계 속에서 돕고 보완해 주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 당시의 교회 모습에서 4세기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 동서방교회 사이의 경쟁이나 대립, 같은 동방교회 안에서의 알렉산드리아 교회와 안티오키아 교회 사이의 경쟁이나 대립, 심지어 단죄의 모습 같은 것을 찾아볼 수는 없다. 세다가 동방교회들은 말할 것도 없이 로마 교회 안에서도 모두 전례 용어로 희랍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실 동서방 교회가 긴밀한 교류안에서 서로 돕고 보완해 주었던 예들을 우리는 여러 교부 문헌들을 통해 알 수 있다.(34p)
이런 분위기에서,
사도전승의 내용들은 전체 혹은 일부만 구성된 다양한 역본으로 발견되었다. "희랍어 "사도규정" 제8권, 희랍어 "요약", 라틴어 역본 사히디꼬 역본 보하이리꼬 역본 아랍어 역본 에티오피아 역본의 "에집트 교회의 규정", 시리아어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의 유언", 아랍어 "성 히뽈리뚜스의 법규집"이 그러하다. (13p) 사도전승은 어느 한 사람의 저서라기보다는 어느 한 사람에 의해 기존 교회 안에서 이미 실시되고 있던 전례와 교회 규범들이 모아져 편집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35p).
"사도전승"은 보편교회를 위한 가장 오래된 전례 문헌집이라 할 수 있다. (34p)
사도전승의 내용은 1부 교계 제도와 성찬전례, 2부 입교 절차와 입문 성사, 3자 생활에 관한 제반 규정으로 되어있다.
독자는 책 내용을 통해서 3세기 교회가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신앙을 추구했는지를 살펴 볼 수 있다. 더욱이 박해의 시대에서 이루어진 신앙들이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깊다. 과거의 이야기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그 기록을 보는 사람이 오늘을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것을 보면서 독자는 오늘 자신이 서있는 곳을 비교해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도전승은 3세기의 거울에 비춰본 오늘 우리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곳에는 분명 3세기의 그들과 오늘 우리의 모습이 겹쳐 있을 것이다. 그 겹쳐짐과 차이에서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가는 각자의 몫이다.
여러이야기가 있지만, 당시 세례를 받기 전에 입문자와 예비자들이 거쳐야 했던 교리교육 몇 가지를 소개한다.
15. 예비자들에 대하여
말씀을 듣기 위해 처음으로 찾아온 사람들은, 회중에 들어오기 전에 먼저 교사들 앞에 인도되어 믿으러 오게 된 동기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된다. 그들을 인도한 이들은 그들이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증언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생활 상태, 즉 아내가 있는지 노예인지의 여부를 물어볼 것이다. 만일 어떤 신자의 노예이고, 그의 주인이 그에게 허락하였다면, 말씀을 듣게 할 것이다. 만일 그가 선한 사람이 아니라고 주인이 증언하면 그를 돌려보낼 것이다.
만일 그의 주인이 이교도이면 자기 주인을 기쁘게 해주도록 가르쳐 주어, 모독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만일 남자가 아내를 갖고 이거나, 여자가 남편을 갖고 있다면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만족핟록 가르칠 것이다. 만일 아내와 함께 살지 않는 사람이라면 간음하지 말고 법대로 아내를 맞이하든지 아니면 지금대로 (독신으로) 머물러 있도록 가르칠 것이다. 만일 누가 악령에 접해 있으면, 깨끗하게 될 때까지 가르침의 말씀을 듣지 못하게 될 것이다.
16. 일들과 직업들에 대하여
가르침을 받기 위해 인도된 사람들이 하는 일과 직업이 무엇인지 물어볼 것이다. 만일 창녀들을 조종하는 포주이면, (이를) 그만둘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돌려보낼 것이다. 만일 조각가나 화가이면, 우상등를 만들ㅇ지 말도록 가ㅡ칠 것이다. 그는 (이를) 그만둘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돌려보낼 것이다. 만일 배우이거나 극장에서 연출을 맡고 있는 사람이면 (이를) 그만둘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돌려보낼 것이다.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면, (이를) 그만두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만ㅇ리 그가 (아무런) 기술을 갖고 있지 않으면 그에게 (이를) 허락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기에 출전하거나 참여하는 기사는 (이를) 그만 둘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음녀) 돌려보낼 것이다. 검투사나 그들에게 싸우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람, (경기장에서 맹수를) 사냥하는 투사나 칼싸움 경기에 종사하는 직원은, (이를) 그만둘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돌려 보낼 것이다. 웃아숭배의 제관들이나 우상들을 경비하는 사람은, (이를) 그만 둘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돌려보낼 것이다.
예비자들은 말씀을 들을 수는 있지만 성찬식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 세례를 받아야만 성찬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세례는 공동체 앞에서 이뤄지는 신앙고백이자 구원의 표증이었고 공동체의 한 회원이 되는 중요한 절차였다. 당시 교회는 신자들의 생활에 일정한 규범을 요구했고 그런 규범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세례를 받을 수 없었고 성찬식에 참여할 수 없었다. 세례를 위한 말씀교육은 신자 삶을 윤리적이고 신앙적인 측면에서 변화를 요구했다. 그렇기에 당시 교회의 기준으로 합당하지 않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세례를 받기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둬야 했다. 세례를 받고 교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그만둬야 하는 직업 목록에는 창녀, 포주, 배우, 연출가, 기사, 검투사, 칼싸움에 종사하는 직원 등이 있다. 당시 로마의 이방신을 섬기던 일들에 종사하던 것을 경계했던 것과 창녀와 포주를 대하는 도덕적인 기준을 엿볼 수 있다. 로마시대 공공경기장에서 벌어진 각종 경기의 잔인성과 비도덕성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당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들은 말씀의 자리에는 올 수 있었지만 세례를 받거나 성찬에 참여하지는 못했던 듯 싶다.
오늘날 개신교 교회가 세례자교육과 세례를 대한 태도에 비해서 생각해 볼만한 주제인듯 싶다.
사도전승 꽤 괜찮은 책이다. 책값은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