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떤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는가 by 김철호
서점에 가면 자기 계발서 코너를 돌아돕니다. 30대에는 자기계발서에는 전혀 마음이 끌리지 않았는데 오히려 40대가 되어서야 뒤늦게 자기계발서의 내용들이 마음에 들어옵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모델을 하여 미화시켜 얘기한다든지 아니면 누구나 다 아는 원론적인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내게는 그렇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얘기들이 꽤 참신하게 느껴집니다. 내가 그렇게 살지 못했다라는 뒤늦은 자책감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종종 보는 자기계발서는 지금의 내겐 정말 좋은 스승입니다.
최근에 본 책은 김철호가 쓴 "어떤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는가"입니다. 부제로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들의 비밀"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서점 가판대에 놓여있지만 처음 한두번은 그냥 지나쳤던 책이었습니다. 제목이 별로 와닿지 않았고, 펼쳐든 머리말에서 처음 눈에 띈 감사의 말이 "김용준 전 헌재소장, 김영무 김앤장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이경숙 전 장학재단 이사장 등등.. " 여러 이름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삶이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에 노출된 이미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서문에 자신의 일을 직접적으로 일을 도와준 사람들의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아서 더 그랬던 듯 싶습니다. 한마디로 첫인상은 별로였단 말이죠.
하지만 서너번 다시 가판대를 왔다갔다 하다가 이번에는 차례를 보게 되었습니다.
- 1강 어떻게 갈등을 다룰 것인가
- 2강 탁월한 것을 얻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 3강 과정이 결과를 결정한다
- 4강 성공 협상에 필요한 전략들
- 5강 어떤 대안을 선택할 것인가
- 6강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얻는 사람의 비밀
차례를 천천히 훓어보니 “갈등, 과정, 협상, 대안”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차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음을 열고 머리말을 읽어봅니다.
"어떤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는가.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화두일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나는 하버드와 컬럼비아 로스쿨에서, 그리고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글로벌 비즈니스맨들의 치열한 협상전에 참여해왔다. 그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나는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자신의 일과 삶에서 매 순간 탁월한 것을 얻는 사람은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책은 단순히 성공하는 성과를 내는 삶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기업들의 분쟁과 협상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제서야 김철호가 누군가 책 앞 장을 펼쳐봅니다. 기업법, 금융, IP 관련 국제거래 및 협상 전문가이자 변호사로 25년간 살아왔다고 하며, 2014년 6월까지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의 책임교수로 재임했고, 현재는 아이팩조정중재센터 라는 곳을 설립해 활동중이라고 합니다.
책의 1강과 2강은 쉽게 읽혀집니다. 3,4강은 일상 삶에 적용하기에는 조금 난해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생각해보면 얻게되는 유익이 있습니다. 그리고 5,6강으로가서는 다시금 마무리를 잘 하고 있습니다. 바쁜 사람은 1,2강만 읽어도 괜찮고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은 3,4강을 읽어도 조금은 더 도움이 됩니다만, 3,4강은 쓰인 단어들이 해당분야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읽기가 조금 낯설고 내용도 전문적인 내용을 너무 많이 빨리 요약해서 쓴 느낌이라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다시 5,6강으로 들어가면서 정리를 하는데 처음 1,2강을 읽을 때 느낀 점들이 조금 더 발전적인 대안으로 제시가 되어있어서 유익합니다. 내가 처한 상황을 떠올리며 여러 생각을 하게끔 만듭니다.
이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은 협상과 타협이었습니다. 상대를 지게하고 내가 이기는게 목적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최소한 혹은 최대한 얻으면서도 상대또한 얻고자 하는 것을 얻게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상대방을 쉽게 좋은 놈, 나쁜 놈, 니 편 내 편으로 구분하다가 보면 싸움이 끊이지 않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힘듭니다. 더욱이 도덕적인 잣대로만 모든 것을 판대해버리면 긍정적인 결과는 더욱 얻기 힘든 법입니다. 어찌보면 그런 강박증을 갖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좀 더 유들유들한 사고와 행동의 여지를 갖게 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인 듯 합니다. 그리고 그 공통의 분모를 찾아서 대화하고 타협안을 제시하는 것이겠죠. 책에서는 다양한 실례들이 나옵니다. 사소한 분쟁으로 기업이 망하게 되는 지경까지 갔던 일들, 욕심으로 인해서 더 복잡한 상황으로 가게된 경우, 법적인 정당성만 획득한채 도덕적인 책임을 외면했을 때 오게된 파국들 등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만한 얘기들이 많습니다.
이 책을 읽는 중에 여러가지 갈등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그냥 '내가 져야지', '어찌 되겠지', '주님이 알아서 하시겠지'라고 생각하며 기도하고 지켜봤을 텐데,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내 자신과 사람들을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이 갈등 속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게 뭐지? 나는 정말 무엇을 원하는가', '저 사람은 뭘 원하는거지? 정말 그게 다인가?'.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좀 더 진지하게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면 여러가지 부딪힘도 있고 서로간에 원하는게 다를 때도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모든 상황에 해결책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갈등 상황에서 싸우고 이기고 지는 것만이 아닌, 타협하고 협상하고 서로의 이익을 찾아가야 한다는 좀 더 발전적인 생각을 갖게해 줍니다.
뒤늦게 자기계발서를 읽고 감동받으며 실천하려고 노력하는데, 꽤 즐겁습니다. 어쨌든, 책값은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