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
독일 시인 리하르트 데멜의 "정화된 밤"을 쇤베르크가 현악6중주곡으로 작곡했다. 여러 버전으로 듣던 중 내게는 카라얀이 지휘 한 이 버전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 밤에 맞는 노래다. CD를 사든지 음원을 사든지 하고 싶은 연주다.
정화된 밤, 이 시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호세아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방 신전의 제사장이었던 여자 고멜을 아내로 맞이한 야훼의 선지자 호세야. 야훼는 선지자 호세야를 불러 이방신전의 여제사장이었던 여인과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으라고 명한다. 그 명령은 당시 이스라엘의 율법과 정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명령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거룩한 창녀"라 불리며 이방신정에서 제사를 지내던 성전창기였다. 결국 호세아는 야훼의 명령으로 그녀와 결혼하지만 그녀는 호세아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방신전으로 나가는 옛생활을 반복한다. 하지만 호세아는 다시금 그녀를 찾아가 그녀를 데리고 온다. 반복되는 삶 속에 아이는 태어난다. 호세아의 아이이인지 그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아이는 태어나고 호세아는 그녀를 계속 아내로 붙잡고 그녀를 사랑한다. 성경에는 호세아와 그녀의 사랑이야기는 자세히 소개되어 있지는 않고 열린 결말도 없이 그냥 사라지고 만다. 이야기는 창기같은 이스라엘과 호세야같은 야훼 하나님의 사랑과 배신이야기로 대체된다.
리하르트 데멜의 시는 그런 호세야서의 이야기의 한 부분을 낭만적으로 그려놓은 그림과도 같이 느껴진다. 실은 성경과 이 시와의 내용은 그 근본 틀에서 다르겠지만 나는 왠지 이 시를 호세야서의 숨겨진 한 부분으로 읽고만 싶다. 고멜이 단지 이방신전의 직업적인 창기가 아니라 자유와 사랑을 찾아나서는 한 여인으로, 그리고 호세야가 단지 야훼의 명령을 받은 수동적인 선지자가 아니라 사랑과 사명 안에서 사랑을 찾아나서는 한 남자로 읽고 싶은 마음인 듯 하다.
리하르트 데멜의 "정화된 밤"
두 사람이 헐벗고, 추운 숲을 걸어가고 있었다;
달은 그들을 따라가며 비춘다.
높은 떡갈나무 사이로,
구름 한점도 없는 하늘 위에,
검고 뾰족한 끝이 달을 찌른다.
여자가 말한다:
"나는 애를 배었어요, 당신 아이가 아닌.
나는 당신에게 죄를 지었어요.
나는 내 죄에 고통스러워해왔어요.
나는 행복해할 수 없어요.
하지만 아직도 나는 갈망하고 있어요
삶의 풍요로움과, 어머니의 기쁨
그리고 의무를; 그래서 나는 죄를 저질렀어요,
그리고 이제 나는 떨면서 고백하고 있어요, 내 불륜을
낯선 이에게 안겨,
환희를 맛보았어요.
이 용서받지 못할 삶,
이제 당신을 찾아왔어요, 찾아왔어요."
그녀는 걷는다, 비틀거리며.
그녀는 하늘을 바라본다; 달은 계속 따라온다.
빛은 그녀의 어두운 시선을 비춘다.
남자가 말한다:
"당신이 품은 아이를
영혼의 짐으로 삼지 마오.
봐요, 이 우주가 얼마나 밝게 빛나는지!
저 광채가 모두에게서 사라지고,
당신과 내가 차가운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할지라도,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타오르게 할 거요
당신이 나를, 내가 당신을.
이 열기가 그 낯선 이의 아이를 정화(Transfigure)시킬 거요,
그리고 당신이 그 아이를 낳고, 내가 그 아이를 기를 거요.
당신은 나에게 빛을 주었소,
당신은 나에게 아이를 주었소."
그는 그녀의 엉덩이에 팔을 감싸안는다.
그들의 숨결이 공중에서 섞여들어간다.
두 사람은 높고, 밝은 밤을 걸어가고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정화된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