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어느 죽음
기대와 희망이 사그라지며 절망으로 부폐되어가는 과정은 분노와 분노의 연속이다.
모든 희망이 사라져 포기할 때쯤이 되어서야, 차라리 진즉 포기하고
작고 소중한 것들에 행복을 누리는 것이 더 나을 뻔 했다는 씁쓸한 상상을 하기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후회도 이미 삶의 모래시계가 모두 떨어져 작은 무덤으로 변한 버린 뒤였다.
자신의 무덤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미리 만들어진 무덤 조차도 빈 껍데기일 뿐 나의 무덤은 아니다.
다만 죽음에 이르기도 전에 죽은 이들은 씁쓸함과 절망을 쌓아올리며 자신의 무덤을 만들어 간다.
어느 누구나 비슷하게 누군가에는 특별한 존재로 태어났지만,
그의 삶은 해변에 부서지는 모래와 같고, 그의 죽음도 그러했다.
그는 특별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은 그냥 보통 죽음 중 하나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