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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아직도 안자고 뭐하냐구요?

이 밤에 아직도 안자고 뭐하냐고요? 자야하는데 잠을 못이룰 때가 있습니다. 살다 보니 30대 후반 즈음에 생겨난 병같습니다."여호와께서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주시는 도다"라는 시편 말씀도 있는데, 아마도 믿음이 부족해서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마주하고 살다보면 근본적으로 괴롭고 슬픈 일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그 상황을 늘 가슴에 새기다 보니 감정적으로 깊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그것들에 오래 노출이 되어 마음에 문제가 생긴 듯 합니다. 교회의 현실, 성도들의 아픔, 사회적인 슬픔들을 생각하다보니 스트레스와 우울에 너무 많이 노출되었나 봅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것들을 느낀다고 해서 사회에 어떤 큰 도움이 되는 삶을 사는 것도 아닌데 그저 슬퍼만 하고 생각만 하고 기도만 하며 살았던 내 자신이 중세 어느 수도원의 우스운 종교인의 전형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상 실제로 하는 일은 없이 감정적으로만 내 자신을 혹사시키는 영적인 마조히즘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난 수 년간 그런 상황이었지만 올 해 들어서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웃음도 많아졌고 얼굴표정도 밝아졌습니다. 할 수 없는 많은 일들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더 소중히 여기며 긍정적인 일들에 대한 열심도 생겼습니다. 지난 수 년이 침몰했던 시기였다면 올 해부터는 부상하는 시기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종종 마음과 생각에 과거의 무거운 시간들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참 사람이 이렇게 약하구나 하는 것만을 한숨쉬며 토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유익이 있습니다. 그건 사람들의 고통과 고난의 감정의 깊이에 아주 조금이나마 동질감과 공감할 수 있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고, 어느새 시편의 고난과 고통의 시들이 내 마음 속 깊숙히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내 속을 깊이 들여다보는 그런 시간을 갖곤 합니다. 밤 새 조용히 기도하고 묵상하고 깊은 독서를 하거나 세상과 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안자고 있습니다. 이런 내 자신의 약한 모습들을 노출하는 것은 어쩌면 완벽해보여야 할 이미지를 깨는 것이고 내 자신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이 되어 부담없이 이 밤의 내 모습을 글로 남겨봅니다. 그리고 전에는 내게도 불면의 밤이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이제 이런 내 모습을 보니 "아. 나도 사람이 되었구나!"하는 이해 못 할 아스트랄한 생각이 떠오르며 나름 내 자신이 정감있게 느껴져서 좋습니다.

* 오늘 밤은 낮에 받은 기도용 손십자가를 옆에 두고 있는데 꽤 정감이 가는 십자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