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
(시편36:9)

[전시회] 헤세와 그림들

"나는 아주 훌륭한 화가는 아니다. 나는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날마다 밭 사이의 구불구불한 길을 나만큼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나처럼 그 모든 것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헤르만 헤세)

모딜리아니 전시회를 보러 나가려는데 카톡이 왔다.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헤세와 그림들"이 재미있을 거라는 내용이다. 톡을 보고 목적지를 바꿨다. 

전시회에서 느낀 감동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서 쓰지 않는다. 많은 생각은 아니지만 몇가지 깊은 감동을 받았다. 쉽게 정리될 수 없을 듯 하다. 단지 전시회 자체에 대해서는 몇가지 평을 하련다.  

전시 공간이 넓어서 좋았다. 한가람미술관은 공간이 좁아서 답답하다. 헤세와 그림들 전시회는 공간을 한가람보다 넓게 구성했다. 좁지 않으니 관람에 여유가 있다. 전시회 전체공간에 흘러나오는 음악도 좋았다. 헤세의 우울함을 서정적으로 드러내는 고전적인 선율이 좋다. 성당에서 올갠 연주를 들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성화가 걸린 성당에서 올갠 연주를 듣는 느낌이 났다. 여기서 성당은 르네상스나 바로크식 성당이 아니다. 그것보다 더 오래되었거나 혹은 더 근래의 건축된 느낌의 성당에 가깝다. 마음에 드는 음악이다. 음반을 사서 책상 위에 보관할까 생각했지만, 거기까지는 마음이 동하지는 않았다. 선율은 마음에만 담았다. 

헤세의 그림이 있지만 중요한 그림들은 벽면에 커다랗게 영상으로 펼쳐진다. 정지된 그림을 살아 움직이는 영상처럼 바꿨다. 수년 전부터 유투브에서 간혹 보던 기법인데, 언제부터인가 전시회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는 영상의 비중이 높다. 원래 그림을 전시하지 않았다는 데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나는 마음에 든다. 정지된 그림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상상력을 동반한 해석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맘에 든다. 그림 전시회의 정적인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줄 듯 하다. 영상에는 헤세의 글과 시가 함께 나온다. 더욱 좋다. 다만 전시회 끝까지 영상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살짝 지리한 감도 있다. 전시 3분의 2지점에 주위를 환기시킬 수 있는 요소를 두었더라면 더욱 좋았을것이다.

전시회를 나오면서 내가 그리 잘 못 사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가의 삶에 비추어 뭐라도 비슷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것이다. 가식처럼 느껴지지 않는 기분 나쁘지 않은 위로다. 훌륭한 전시회는 내게 겸손과 열정을 준다. 모방에 죄책감보다는 자랑스러움을 선물로 준다. 이전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나를 이끌고 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시회는 내게 훌륭한 전시회다. 

전시회에서 산 도록은 지금 내 방 책상 위에 있다. 헤세의 삶과 그림, 시가 있다. 


"헤세와 그림들전" REVIEW 2

"헤세와 그림들전"을 관람하면서 고흐와 모네가 떠올랐다. 헤세의 그림에 나타난 색들은 두 사람의 그림을 떠오르게 한다. 다른 화가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근래 내가 본 그림이 고흐와 모네의 작품이어서 더 그런 듯 하다. 헤세의 그림에는 색들의 묘한 뒤틀림이 서려있다. 빛을 표현하는 방식도 고흐처럼 인상적이면서 모네처럼 풍경의 화사함을 잘 묘사했다.

예술 작품을 볼 때 그 작품 속에서 내 자신이나 다른 작가들의 흔적을 발견하는 건 참 흥미로운 일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관계로 그런 발견들이 맞다고 할 수는 없다. 그저 주관적인 느낌이다. 그래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다.



S.T.to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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