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안녕 파스쿠치
한달에 한번 혹은 두달에 한번 정도는 용산에 갑니다. 용산 가까이 아는 분이 살아서 가끔 차 한 잔 할 겸 만나러 가는데요, 갈 때마다 시간이 남으면 파스쿠치에 들어가 잠시 시간을 보냅니다.
도심 속을 걷다보면 커피숍들이 많이 있습니다. 스타벅스도 있고 다른 커피숍도 있지만 나는 파스쿠치와 탐앤탐스를 좋아합니다. 이유는 그 곳에 가면 늘 예전 명동에 있던 파스쿠치와 탐앤탐스에서 있었던 즐거운 기억들이 생각나기때문입니다. 파스쿠치에서 혹은 탐앤탐스에서 소담스레 얘기하고 웃던 기억들이 있어서 늘 느낌이 좋습니다. 좋은 기억들이 깃들인 파스쿠치의 빨간 색들은 더욱 사랑스럽기도 하죠.
하지만 아쉬운 것이 명동 파스쿠치는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명동 탐앤탐스도 이제는 멀어서 갈 수도 없고 내가 사는 곳 주변에는 탐앤탐스가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요즘 파스쿠치는 빨간색이 없어져서 순수하게 빨간색이 내뿜는 강렬함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소중하게 살아온 삶이 배여있는 장소나 물건들을 보면서 지금의 의미를 찾고 새로운 힘을 얻곤 하는데 그런 소중함이 얽힌 장소들이 바뀐다는게 못내 아쉽습니다.
더욱이 오늘은 큰 실수를 했는데, 아이스커피를 마시다가 너무 쓴 듯 해서 설탕시럽을 쭉 눌러 넣어줬는데 다시 보니 설탕시럽이 아니라 손소독제였더라구요. 메르스때문인지 손소독제를 올려 놓은 것을 못보고 막연히 시럽이라고 생각해서 생각없이 컵에다가 소독제를 투여한 것이죠. 덕분에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메르스에 걸릴 염려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버리기는 커피가 아깝고 다시 커피를 시키기에는 돈이 아깝고 해서 그냥 차가운 느낌만 나도록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눈으로만 마시고 있습니다.
지난 3년동안은 정이가고 마음이 편한 장소를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사는 곳이 시골이라 좋아했는데 3년 내내 땅을 파고 공사차량들이 돌아다니느라고 시골의 고즈넉함도 즐기질 못했습니다. 그 옛날 즐겼던 카페의 즐거웠던 시간만큼이나 즐겁고 기쁜 추억이 깃들 장소가 필요합니다.
어쨌든 이제 파스쿠치는 아듀해야 할 듯 합니다. 아듀 . 안녕 파스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