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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성경 비교해서 읽기

 

성경을 읽을 때 성경구절이 무슨 뜻인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 그렇기도 하고, 성경이 말하고 있는 상황이나 성경 속 문화가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나올 때 그렇기도 합니다. 성경이 2천년 전 3천년 전 다른 나라 이야기니, 이해가 되지 않는 어려운 상황이 나오는게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성경사전이나 간단한 주석 해설서를 참조하면 뜻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입장에서는 주석이나 해설서도 굉장히 많은 종류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난감합니다. 주석이나 해설서도 성경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 곧 신학적 관점에 따라 다르게 기술되기도 하고 설명하는 단어도 어려워서 아마추어가 읽기에는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나마 여러 신학들을 배우고 성경 읽기를 훈련받은 사람은 주석과 해설서를 균형있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런 훈련이 없는 아마추어입장에서는 오히려 상황만 더 어려워지곤 합니다.  

이런 경우에 가장 쉽고도 안전하게 성경의 뜻을 알아보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성경을 비교해서 읽는 방법입니다. 성경은 여러가지 이유로  여러개의 번역본이 있습니다. 히브리어나 헬라어로 된 성경자체의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의 복사본으로 이루어져있고, 하나의 복사본을 국어로 번역하다보니 번역자에 따라서 문장의 느낌이 달라지고 문장 자체의 강조점도 달라지곤 합니다.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라기 보다는 외국어를 국어로 번역하는데서 오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싶습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여러개의 국어 성경이 있습니다. 이런 국어성경 여러개를 비교해서 읽어보면 성경 자체의 뜻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영어나 다른 나라언어가 가능한 분이라면 다른 언어로 된 성경을 참조해도 더욱 좋습니다. 

갈라디아서 6장 3-5절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3 만일 누가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된 줄로 생각하면 스스로 속임이라 4 각각 자기의 일을 살피라 그리하면 자랑할 것이 자기에게는 있어도 남에게는 있지 아니하리니 5 각각 자기의 짐을 질 것이라 (개역개정)

이 구절을 읽으면 읽긴 읽어도 무슨 뜻인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3절, 4절은 대략 이해가 되는데 특히 4절이 그렇습니다. “4 각각 자기의 일을 살피라 그리하면 자랑할 것이 자기에게는 있어도 남에게는 있지 아니하리니 “. “자기 일을 살피라”는 말은 이해가 됩니다. '아.. 내일을 잘 돌아보면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은 “그리하면 자랑할 것이 자기에게는 있어도 남에게는 있지 아니하리니”. ‘나한테는 자랑할게 있지만 남한테는 자랑할게 없다’는 의미로 읽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3절에서는 ‘자기가 뭐나 된 것처럼 생각하지 말라’는 겸손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4절에서는 갑자기 “자기에게 자랑할 것이 있다”는 그런 의미의 말이 나오니 내 머리와 마음으로는 오히려 헷갈리기만 합니다. 

결국 이 구절의 의미를 좀 더 알기 위해 다른 성경들을 펼쳐보고 각 구절을 비교해서 읽습니다.

3 만일 누가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된 줄로 생각하면 스스로 속임이라 4 각각 자기의 일을 살피라 그리하면 자랑할 것이 자기에게는 있어도 남에게는 있지 아니하리니 5 각각 자기의 짐을 질 것이라 (개역개정)

3 어떤 사람이 아무것도 아니면서 무엇이 된 것처럼 생각하면, 그는 자기를 속이는 것입니다. 4 각 사람은 자기 일을 살펴보십시오. 그러면 자기에게는 자랑거리가 있더라도, 남에게까지 자랑할 것은 없을 것입니다. 5 사람은 각각 자기 몫의 짐을 져야 합니다. (표준새번역)
3 사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무엇이나 된 것처럼 생각한다면 그는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입니다. 4 각각 자기가 한 일을 살펴봅시다. 잘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 혼자 자랑스럽게 생각할 일이지 남에게까지 자랑할 것은 못 됩니다. 5 각 사람은 자기 짐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동번역)
3 사실 누가 아무것도 아니면서 무엇이나 되는 듯이 생각한다면, 그는 자신을 속이는 것입니다. 4 저마다 자기 행동을 살펴보십시오. 그러면 자기 자신에게는 자랑거리라 하여도 남에게는 자랑거리가 못 될 것입니다. 5 누구나 저마다 자기 짐을 져야 할 것입니다. (천주교성경)

네개의 성경을 펼쳐놓고 비교해보니 각 성경의 느낌과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집니다. 내용은 같은 듯 한데 느낌과 이해가 다릅니다. 

3절은 개역개정, 표준새번역, 공동번역, 천주교성경이 모두 같은 뜻입니다. 

5절도 같은 뜻입니다만 개역개정보다는 다른 성경들이 뜻이 좀 더 분명합니다. 개역개정의 “각각 자기의 짐을 질 것이라”라는 말은 요즘 잘 사용하지 않기에 그 뜻이 불분명합니다. 표준새번역과 공동번역과 천주교성경은 “자기 짐을 져야만 한다”는 강조의 의미가 살아 있습니다. 다만 표준새번역은 “.. 져야 합니다.” 라며 조금 더 단호한 느낌이고, 공동번역은 “...하기 때문입니다”라는 말로 4절의 이유를 알려줍으로써 조금더 논리적인 느낌과 더불어, 시선을 다시금 4절로 돌려 4절을 강조해줍니다. 천주교성경은 개역개정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짐을 져야 할 것입니다”라고 개역개정보다 뜻이 좀 더 분명해졌습니다. 

하지만, 4절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4절의 앞부분 “각가 자기 일을 살피라”는 의미는 개역개정과 다른 성경들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천주교성경은 다른 성경들이 “자기 일”이라고 번역한 것을 “자기 행동”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자기 일”이라고 하니 집안일, 사업일 등 “일”이라는 것들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거기에 친구관계나 취미생활, 혼자 거리를 걷는 등 여러가지 행동들을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주교성경은 그것을 “자기행동”이라고 말합니다. “자기 행동”이라고 하니 내 자신에게 집중이 됩니다. “자기 일”이라고 번역할 때 떠오른 것만이 아니라, 나 혼자 있을 때, 전화할 때, 일이 아닌 것들을 할 때 등 내 자신의 모든 것들이 떠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천주교성경은 읽는 사람의 자기성찰의 관점과 넓이를 크게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 헬라어 원본은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궁금하긴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아마추어이니까 국어성경만 여러권 참조해도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방금 4절 앞부분은 뜻이 다들 같지만 천주교성경은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말했는데요, 4절 뒷부분으로 가면 성경마다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개역개정을 보면, “그리하면 자랑할 것이 자기에게는 있어도 남에게는 있지 아니하리니”이라고 되어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표준새번역을 읽으면 뜻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러면 자기에게는 자랑거리가 있더라도, 남에게까지 자랑할 것은 없을 것입니다.”.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 띵하니 충격이 옵니다. ‘내가 나를 보니 나름 뭔가 된 듯하고 이룬게 있고 자랑할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금 내 자신의 일을 살펴보니  남한테까지 그렇게 자랑할만한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거라는 뜻이 됩니다.

공동번역은 표준새번역의 뜻을 좀 더 다른 각도에서 분명하게 얘기합니다. “잘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 혼자 자랑스럽게 생각할 일이지 남에게까지 자랑할 것은 못 됩니다.” 읽고 나니 바로 이해가 됩니다. 굳이 확장해서 생각하자면  ‘그래 네가 생각할 때 좀 잘한게 있을거야. 그래 그런게 있을 수 있지. 그런데 그건 그냥 혼자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돼. 굳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자랑할만한게 아니야. 넌 아직 부족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천주교성경도 공동번역과 같은 의미를 줍니다.

이렇게 4절의 내용이 다르다보니 5절도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개역개정은 “각가 자기의 짐을 질 것이라”가 그저 독립된 문장처럼 읽힙니다.  ‘내 일을 잘 하자’는 생각이 납니다.

표준새번역은 다른 성경들이 “자기 짐’이라고 표현한 것과는 다르게 “몫”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사람은 각각 자기 몫의 짐을 져야 합니다”. “사람은”이라는 말이 들어가니 개역개정보다 더 딱딱하면서도 무게감이 생깁니다. “몫”이라는 것은 전체 중에서 내게 할당된 것이기도 하고 내가 취해야 할 것이기도 합니다. 내 책임이기도 하고 내 권리이기도 합니다. 남에게 자랑할 생각말고 ‘내게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다른 성경을 참조하는 의미에서 개역개정을 본다면 4,5,6절은 이런 뜻으로 읽혀집니다.

“아무것도 이룬것도 없고 뭐가 된 것도 아닌데 자기 스스로를 속이고 뭐가 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각각 자기가 한 일과 자기 행동들을 살펴보십시오. 내 딴에는 잘한게 있다고 자랑을 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그다지 자랑할만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혼자서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남에까지 자랑할만하진 않습니다. (자기가 뭐나 된 것처럼 생각하지 말고 자기 자랑도 하지 마십시오.) 누구나 그저 자신에게 맡겨진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요, 자기 일에만 열심히 집중해서 일하면 되는 겁니다.”.

다소 무리가 있게 길게 풀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읽는다고 성경을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여러 국어 성경을 비교해서 읽고 생각하는게 아마추어 입장에서 성경을 좀 더 쉽고 안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식으로 성경을 읽으면 읽는 시간이 길어지긴 하지만 성경 자체의 뜻을 좀 더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게되지 않나 싶습니다. 재미도 있고 나름 얻는 것도 있으니 꽤 괜찮은 방법 아닌가 싶습니다. 사족으로 한가지를 덧 붙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는 성경 앞과 뒤의 문맥을 살피면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 또한 책을 읽고 생각하는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나름 학교에서 국어 시간에 졸지 않고 책을 잘 읽는 습관을 가진 분이라면 꽤 쉽고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라면 이 또한 오랜 시간 훈련되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성경의 앞과 뒤를 연결해서 읽어가며 여러 성경을 비교해서 읽다보면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성경 속에 숨은 보석들을 발견하는 꽤 신나고 즐거운 일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괜히 썼나 싶지만, 성경읽는 재미를 발견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더 늘어나길 바라며, 늘 그렇듯이 나같은 아마추어에게 조그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