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JOOSOO

View Original

[일상] 아이에 대한 나의 기준

내 스스로 늘 다짐하면서도, 아이에게 "이건 정말 중요해. 네가 꼭 해야 해" 라고 말하는 것이 네가지 있습니다. 뛰어 놀기, 책 읽고 생각하기, 영어 배우기, 그리고 예배하기입니다. 더 중요한 것도 있을 것이고, 이것저것 세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도 많을 테지만, 지금까지 생각하건 이 네가지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그 외의 더 중요하고 세밀한 것들은 아이 스스로 배워가고 습득해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뛰어놀기를 위해서는 아이하고 자주 놀려고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좀 크고 활동량이 많아지다 보니까 함께 놀아주기가 많이 벅차더군요. 초등학교 1,2학년 때가 가장 힘들었던 듯 싶었습니다. 가장 좋아했던 놀이는 가면전사 싸움놀이죠. 그런데 요즘은 싸움놀이를 하자고 조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함께 줄넘기를 하거나 스카이 콩콩을 타거나 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아마 제가 가면놀이를 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나름 머리를 써서 다른 놀이를 하자고 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아이는 내 눈치를 보면서 적당히 놀자고 할 때와 물러설 때를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여전히 놀이욕구가 있습니다. 학교 친구들이나 형들, 동네 형들하고 놀고 싶어 안달이 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아빠에게 매달리지 않고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니 더 편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의 근본적인 즐거움과 거리가 생기는 것에 조금 불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교회 마당에서 함께 스카이콩콩을 타거나 축구공을 차곤 합니다. 아침에는 늘 힘이 없고 밥 먹이기가 힘들었는데, 기상 시간을 30분 이르게 하니 밥도 잘 먹고, 또 남는 시간에 마당에서 5-10분 정도 함께 노니, 아이 얼굴이 환해지면서 행복하게 스쿨버스를 탑니다. 뛰어놀기를 늘 저녁에 하곤 했는데 아침 운동이 나름 효과가 좋습니다.

책읽고 생각하기는 좀 오르락 내리락 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책을 좋아했는데, 만화책에 빠지다 보니 만화책에만 열심을 내더군요. 글자는 보지 않고 그림만 보는 습관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래서인지 글자로 되어있는 책들을 볼 때 문장을 단어 하나 하나 보지 않고 대충 대충 보는 나쁜 습관이 생겼죠. 책도 편식이 심하게 생겨버렸고요.

하지만 근래 한달동안 텔레비전과 게임과 만화를 금지당한 덕분에 다시금 책을 보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책값이 상상외로 많이 나갔지만 어쨌든 아이가 다시 손에 책을 들은 것은 참 다행입니다. 책읽기와 생각하기는 앞으로 좀 더 발전을 시켜야 겠는데 이건 순전히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이뤄가야 합니다. 하지만 전에 경험을 떠올려보면, 먼저 아이와 감정이 교류되고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얘기하기자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책 내용이나 여러가지 깊은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라도 아이와 육체적인 놀이 활동을 잘 하고 친밀감을 잘 쌓아놓는 것이 중요할 듯 합니다. 아이와 함께 놀기는 여전히 독서보다 중요합니다.

영어 배우기는 좀 고민이 많았습니다. 나도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영어를 가르쳐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아내 주위에 있는 영어선생님들의 조언을 들은 끝에 ㅇ선생 영어교실로 공부를 시키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실은 오늘 담당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와 첫 만남을 가졌죠. 영어를 가르치는 방식이나 철학이 마음에 들고 시스템도 맘에 들어서 결정을 했습니다. 한달에 15만원정도가 들어가니 나름 부담은 되지만 왠만한 학원도 20여만원이 되고, 또 가고 싶어도 이곳 시골에서는 영어학원이나 과외선생님이 없기에 ㅇ선생영어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아이에게도 앞으로 몇년은 싫어도 쭉 배워야 할 거라고 말하고 아이도 나름 싫지 않게 동의를 했습니다. 뭐, 먼저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말한 것도 아이니까 크게 반대할 것도 없었지만요.

예배하기는 늘 일요일이면 드리는 종교생활이니 크게 설명이 필요없을 듯 합니다. 예배와 신앙은, 삶의 우물이라 생각합니다. 살다보면 혼자가 된 듯 삶이 부서지고 흔들릴만한 상황이 닥치겠지만, 그 때에도 아이가 스스로 강해질 수 있는 힘과 근원적인 가치와 안목을 퍼 올릴 수 있는 우물말이죠.

요즘 아이에게 이런 것은 어때? 이런 것은 어때?라며 이런 저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빵 만드는 사람은 어때?”. “저렇게 춤추는 사람은 어때?”. “가죽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어때?”. “저런 기계로 작고 복잡한 부품을 만들어내는 건 어때?”. 주로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물어보게 되더군요. 내 머리속에서는 아이가 뭐라도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했나 봅니다.

요즘 아이를 보면서 부쩍 더 커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짐나 아이가 큰 만큼이나 나는 그렇게 크지 못한 것도 느낌니다. (어제는 아이에게 마운틴듀를 하나 사줬는데, 막상 아이가 마시는 것을 보니 먹고 싶어서 “아빠 한모금만” 달라고 했더니, 야멸차게 거절을 하더군요. 여러번 사정했지만 아이는 계속 거절을 했습니다. 어찌나 얄밉고 화가 나는지, 요녀석에게 어떻게 복수를 해줄까 하는 생각에 골머리를 쓰다가 “너 이번주까지 알파벳 다 외운다고 했는데 다 못외웠지? 알파벳 외울때까지 하루 한시간 텔레비전 시청 금지” 라고 말을 해버렸습니다. 아내는 이런 절르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고개를 흔들고 아이를 보고서도 “너도 똑같애”라고 핀잔을 주고 가버렸죠. 갈수록 아이는 커가고 갈수록 나는 유치해지는 듯 합니다. 오늘 아이에게 어제 한말은 취소라고 말을 하긴 했지만요.) 문득 내 자신에게는 너무 관대하고 게으르면서 아이에게는 완벽함을 요구하는 못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느껴버렸습니다. 씁쓸한 마음에, 아이에게 어떤 기준을 갖고 대하듯이 내 자신에게도 좀 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점검을 해야겠습니다.

밤이 되면 기쁘고 감사한 것보다는 못하고 실수한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곤 합니다. 오늘은 아이에게는 완벽함을 요구하면서 내 자신에게는 한없이 게으른 내 모습이 나를 덮쳐버렸습니다.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내게는 대부분의 실수가 늘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내게는 반복되는 실수를 변명하지 않고 늘 다시 나를 돌아보며 나를 변화시키고 응원하는 마음이 절실합니다.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기준과 격려가 필요한 밤입니다. 하긴 격려와 기준은 내게만이 아니라 아이에게도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도 다 필요한 것이기도 하겠지만요.

어쨌든 다시 며칠동안은 이런 저런 일로 바쁠 것을 생각하니 내심 기쁩니다. 뭔가 열심히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이거든요. 아직은 아무일 없이 편한 적막한 기쁨보다는 열심히 일한 후의 만족감이 더 큽니다.

기준에 맞춰서 좀 더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는 내일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아이에게도 그리고 내게도 말입니다.

졸면서 써 내려오다 보니 처음 쓴것과 끝이 전혀 다른 말이 된 듯하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기억에 떠오르는 여러분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평화와 희망 한조각이 내려앉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