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아이와 나는 공사중
공사중입니다. 벌써 2년째 공사가 진행중인데요, 몇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에 그곳으로 향하는 8차선 자동차전용도로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매일 아침 등교하는 아이를 언덕 밑 자동차 도로까지 데려다 주고 있습니다. 길 옆으로 큰 왕릉마냥 흙더미가 쌓이고 지나다니는 공사 차량들이 위험해서 아이손을 잡고 스쿨버스를 함께 기다리곤 합니다. 작년 2학기부터는 아이 혼자 등교했었는데 다시금 저와 함께 아침 길을 나서게 된 거죠.
오랫만에 아이와 함께 아침길을 나서면서 물어봤습니다.
"버스타러 아빠하고 같이 가는게 좋아, 아니면 혼자 가는게 좋아?"
아빠의 물음에 아니는 혼자가는게 좋다고 대답합니다. 제가 속으로 생각한 대답과 다른 답을 합니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버스를 기다린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아이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아이는 다시 대답합니다.
"아침에도 아빠하고 노는게 좋아"
한동안 아빠하고 아침을 보내지 않다가 다시금 아빠하고 아침길을 가야한다고 하니, 그게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었나 봅니다. 하지만, 다시금 아침 시간을 보내니 기분이 좋아졌나 봅니다.
같이 얘기하고 시간을 함께 하는 그런 소소한 일상들이 서로에게 신뢰를 주고 말로할 수 없는 친밀감을 주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걸 알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잘 하지 못합니다. 길 하나를 닦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며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길도 그런 듯 합니다. 신뢰와 우정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놓여진 좋은 길은 더욱 소중히 여기고 잘 가꿔가야 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어쨌든, 아이와 나는, 그리고 나와 세상은 아직도 공사중인 듯 합니다. 노력이 필요한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