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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죽음의 터널을 지난 듯 했다. 눈을 뜨니 새로운 곳에 생전에 보던 이들이 눈에 들어 온다. 그들의 이름은 알지만 그들의 이름을 불러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유목사, 박장로, 이권사, 김집사. 그들의 부모 성에 교회에서 부르는 직분을 이어서 부르는 것이 그들의 이름이었다. 살아오면서 그들의 이름을 부르지는 않았다. 내 이름을 부르던 이는 사랑하는 부모, 친구들 뿐. 나는 그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들의 직분이 곧 그들이었다. 서로들 각자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삶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온통 할렐루야를 외치며 기뻐했다. 사방에서는 화려한 빛이 나를 우리를 감싸고 있었고 모두들 옷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가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고 하나 둘 입을 모아 합창이 되고 떼창이 되었다. 찬송은 거대한 불꽃처럼 세계 위에 타올랐다. 큰 확신과 감격에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많은 목사님이 있었지만 설교를 할 분은 따로 정해져 있었다. 늘 익히 자주 보았던 모두들 아는 분이었는데 내 얼굴이었다. 유목사. 명성만큼이나 귀한 확신과 축복과 승리의 말씀에 모두들 웃음꽃이 만발하며 아멘을 연창했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서로를 격려하며 기뻐했다. 축도의 마지막은 ‘정녕 이곳이 천국이 맞구나’하는 큰 확신을 선사했다. 주변은 모인 사람들의 열기 때문인지 후끈 달아 올랐고 사방은 더욱 환한 빛으로 차오르고 있었다. 분명한 천국의 대면예배였다. 

그때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아니 어느 누군가가 말하는 듯한 미세한 침묵의 소리가 차가운 화살처럼 심장을 뚫고 지나갔다. ‘그런데 주님은 어디계시지? 죽임 당한 어린양은?’. 마음에 잠시 섬뜩함이 들어왔지만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잊은 듯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소리도 느낌도 이내 사라지고 다시금 사람들의 희뿌연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갑자기 땅이 꺼지듯 아득한 추락의 느낌 속에서 몸이 튕겨 올랐다. 

잠에서 깼다. 

날이 더운지 온몸이 땀에 젖었다. 열린 창문으로는 새벽 매미 소리가 많은 물소리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나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땅속에서 올라 온 것인지. 슬퍼해야 하는 것인지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꿈인건가. 

갑작스레, 

잊어버렸던 어떤 것이 심장을 바늘처럼 찌르며 한숨 섞인 간절한 말을 입에서 토하게 한다. “주님 나는 죄인입니다. 내 뜻대로 마시고 주님 뜻대로 인도하옵소서”. 그렇구나 나는 세상으로 돌아왔구나. 충분히 알겠지만 알 수 없다고 말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 세상으로 돌아왔다. 밤새 죄책감에 토해 놓는 공기가 나를 질식시킬 듯 했지만 들이키는 숨에는 민망한 감사함의 은혜가 나를 다독인다. 잠자느라 잊고있던 분이 내 앞에 계시는 듯 하다.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 비취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시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민수기 6장 25-26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