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
(시편36:9)

[상상] 사랑과 슬픔

질량을 가진 것들은 서로를 끌어 당긴다.  작은 것이 큰 것에 끌려가 하나가 되고자 한다. 좀 더 현대적으로 말하자면 자기 존재의 무게만큼 공간이 함몰되어서 서로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영혼은 질량이 없는까닭에 다른 어떤 것에 끌리지 않는다. 

하지만 영혼은 사랑에 끌리고 밀려 난다. 저기 더 큰 사랑에 여기 내 안의 사랑이 끌려 간다. 큰 사랑은 작은 사랑을 끌어내 크게 만든다. 그래서 사랑은 이상이다. 항상 나보다 더 큰 사랑을 찾는다. 그래서 사랑은 이기적이다. 더 큰 사랑을 갈구하는 이기심에 가득하다. 

슬픔은 더 큰 슬픔에 끌린다. 더 깊고 큰 슬픔은 작고 상처받은 슬픔을 끄집어내 안아준다. 그림 과 소설 속에 있는 슬픔에 끌리고 음악과 종교에 서린 슬픔에 끌린다. 우리는 저 밖의 큰 슬픔을 응시하며 슬퍼하고 내 속의 슬픔에 비로소 눈물의 위로를 보낸다. 그렇기에 슬픔은 이기적이다.  더 큰 슬픔의 품에 내 슬픔이 안기길 원한다. 

 

[일상] 혼자만의 시간에 실패했다

[글귀] 헤르타뮐러의 "숨그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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