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어떤 모임
* 있을 법한 일종의 상상
목사들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 어느 목사가 가슴에 작은 노란 리본을 달고 앉았다.
자리에 함께 한 다른 목사들이 묘한 눈동자로 쳐다본다. 그들의 시선을 느낀 목사가 당황하 듯 말한다.
"아... 이거요? 유족들이 위로가 된다고 해서 했어요".
말이 끝나자 마자, 옆에 앉은 목사가 입을 연다.
"세월호 유족들 이상해. 정치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말야".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몇몇 목사들이 맞장구를 친다.
리본을 단 목사가 조금 더듬거리며 말한다.
"나는 정치하곤 상관없어요. 나는 정치 몰라요. 어느 교회에 초대받아 갔는데,
유족들이 목사님들이 리본을 차고 있으면 그렇게 위로가 된다고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한거예요“.
당황스레 입을 연 목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연다.
“세월호 유족끼리는 온라인으로 서로 확인을 하곤 한데요.
서로 안부를 확인하는데, 며칠 연락이 안되면 서로 찾아가 본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가보면 자살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그런 일들이 여럿 있다고 합니다.”
사정을 설명하는 목사 말에, 이런 저런 말을 했던 목사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식탁 위에 놓인 식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리본 달은 목사의 말에 뭔가를 느낀 젊은 목사가 그 목사에게 인사를 한다.
"목사님 고맙고 존경스럽습니다".
리본 달은 목사님은 아무 것도 듣지 못한 듯, 듣지 않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목사는 이내 고개를 든다.
자신에게 인사한 젊은 목사를 뒤로 하고
이런 저런 말을 했던 목사들에게 웃으며 말을 건낸다.
어울리지 않았던 정적은
성난파도 같이 울려퍼지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부딪치는 소리와 떠들썩한 웃음소리에 묻혀 사라진다.
그 후로 그 목사 가슴에서 작은 리본을 볼 수가 없었다.
그의 입에서 세월호에 대한 얘기도 들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