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 마당 한 켠에 있는 작은 꽃밭에 미모사가 생겨났다. 누군가 미모사를 심었다. 심겨진 뒤 며칠 시들시들하길래 죽을 줄 알았는데 뿌리를 잘 내렸는지 잘 자라고 있다. 처음에는 미모사라는 이름이 한자어로 된 이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름다울 "미"에 털 "모" 자 정도 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한자로 된 이름은 따로 있었다. 한자로 된 이름은 함수초, 신경초 여러 말이 있는데 마을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모르는 이름이라 하신다. 다들 그냥 미모사로 알고들 있다.
미모사가 생긴 뒤로 마당 화단을 전 보다 좀 더 자주 지켜 본다. 아이도 나도 왔다갔다 하면서 자주 미모사를 들여다 본다. 아침에는 아이가 학교 갈 때 툭툭 건드리며 아침인사를 한다. 나도 집에서 마당을 왔다갔다 할 때면 허리를 숙여서 손으로 툭툭 건드리며 논다. 아이와 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아이는 미모사 앞에 쭈구려 앉아서 손을 뻗치지만 나는 허리만 숙여서 손을 뻗친다는 것 정도일 거다. 아이는 미모사를 좀 더 낮은 자세로 보고 나는 위에서 내려다 본다.
미모사는 손으로 만지면 부끄럼을 타듯이 잎사귀와 가지를 접고 몸을 움추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참 부끄럼도 많고 겁이 많은 아이다. 꽃이 피나 모르겠는데 미모사 꽃은 본 적이 없지만, (90년대식 개그로 하자면) 미모사 꽃이 한 미모 하지 않을까.
동영상에 미모사 뒤로 멀리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나는데 언덕 밑에 있는 학교 마당에서 유치원 아이들이 노는 소리다. 재잘재잘 떠들면서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구경하는게 꽤 재밌다. 미모사나 아이들은 마냥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신기한 생물이다.
미모사는 내 삶에 그닥지 쓸모가 없는 것인데 요즘 쓸모없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전에는 꽃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갔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간다. 쓸모없지만 그것을 대하는 그 시간 그 자체만으로도 내 자신에게는 누구보다 무엇보다 쓸모있는 시간이 된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 속의 흔들리고 혼돈스런 것들이 잠잠해 진다. 쓸모없어 보이지만 너무나도 쓸모있다.
매일 미모사를 통해 작고 쓸모없어 보였던 것들의 소중함에 더불어 재미와 아름다움까지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