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
(시편36:9)

[종교] 광복

"너는 애굽(이집트) 땅에서 종 되었던 것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속량하셨음을 기억하라"  (신15:15)

성경의 신명기는 이스라엘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해서 지금의 팔레스타인 땅인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직전에 들려진 모세의 마지막 설교와도 같다. 여기에는 몇번 반복된 문장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네가 종되었던 것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중학교 때부터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한국교회는 한국의 역사를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해석하곤 했다. 더하여서 이스라엘의 역사와 대한민국의 역사를 연결 시키려는 시도를 자주 한다. 조선시대는 이집트의 종살이하던 우상의 시대, 일제시대는 하나님의 연단의 시기인 광야시대, 그 후로 6.25는 일제시대 때 신사참배라는 우상숭배를 한 것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라는 그런 도식을 펼치기도 한다. 

비교적 최근의 기억으로는 1997년 IMF 위기는 물질과 기복신앙만 따라가는 한국교회를 회개시키는 하나님의 징벌이었다는 얘기도 기억난다. 당시 대학가를 주름잡던 선교단체에서는 "우리가 회개해야 한다"며 서울에 모여 행사도 하고 "이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며 북한을 위한 선교사로 준비되자라는 각오를 갖고 기도하기도 했다.  

이번 주 다시금 신명기를 보면서 성경의 이스라엘과 대한민국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은 이집트의 종이 아니라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이스라엘을 구원한 이는 여호와지만, 한국의 광복은 광복을 위해 저항하고 희생한 민중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의 승리와 더불어, 대한제국의 독립을 밀어준 중국과 열강의 합의때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민족의 자주성을 지키려는 노력과 희생은 고귀하지만 우리 민족 혼자의 힘으로 이뤄낸 광복이 아니었다.   

"성.경.에.서."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원해서 이집트로 가서 살다가 종이 되었다. 하지만, 대한제국은 나라를 판 매국노도 있었지만 결국은 무력을 앞세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겨 종처럼 살았다. 과정도 내용도 결과도 많이 다르다. 이스라엘은 백성들은 이집트에 대항하지 않았지만 모세라는 탁월한 지도자와 자연재해를 방불케 하는 여호와의 신기한 능력 덕분에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았다. 하지만, 대한제국은 백성들은 이모양 저모양으로 일제에 저항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모든 장자를 죽이는 여호와의 기적과 재앙을 경험했지만, 대한민국은 원자폭탄이라는 세기의 대 재앙을 통해 광복을 얻었지만 누구도 그 광경을 직접 보지 못했다.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은 닮지 않았다.  

더욱이 나는 모든 것을 신의 섭리라고 얘기하기에는 너무 무지해서 모든 것을 "신의 섭리"라고 얘기하지 못하겠다. 기독신앙의 관점에서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것을 쉽게 선언하기는 어렵다. 이 한 문장의 교리적인 선언으로는 역사의 슬픔과 희생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그런 얘기는, 신학에 조예가 깊고 신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는 분들이 하는 얘기를 들을 뿐이다. 다만 나로서는 아직 잘 모르는 역사와 그 시대의 이야기를 더 배우고 기억하고자 할 뿐이다. 

다만 광복 70주년에 즈음해서 내 마음에 감사함과 부끄러움이 있음을 고백할 뿐이다. 그 어렵던 시절 대한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가며 나라를 위해 싸우고 살아냈던 이들의 절박함과 열정, 희생 앞에 그저 부끄러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 뿐이다.  2013년에 아이와 함께 독립기념관을 다녀왔다. 그 때 참 눈물을 많이 흘렸다. 나로서는 내가 지금 이곳에 살아있게 해준 그들의 희생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아직 한국 사회는 과거 역사의 잔재들이 남아있고 매듭짓지 못한 채 꼬여있는 일들이 남아있는 듯 하다. 굽어진 것이 있다면 펴야 겠고 옳았던 것이 있다면 인정해야 할 것이다. 희생이 있었다면 칭송해야 할 것이고 잘못됨이 있었다면 잘못됨을 기억하고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기독교인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기억하는 것"이지 않을까 한다. 좀 더 역사를 공부하고 배우며 그 시대를 살아간 분들의 발자국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여호와 하나님이 원하는 말씀의 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2013년 8월 15일 독립기념관에서
Uploaded by Js Yoo on 2015-08-09.

 

* 추가 : 위 영상은 독립기념관 3.1운동 정신상이다. 작품이 원래는 청동으로 만들어졌는데 작가와 상의없이 독립기념관에서 하얗게 색칠을 했다는 것이 밝혀져 이슈가 되고 있다.  (링크 :  관련기사 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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