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휴가였다.
아이는 엄마와 옆도시에 물놀이를 두 번 갔다 왔고, 어제 누님과 식사를 한 번하고 며칠 동안 책을 세권 읽었다. 서울역 시청광장에 가서 노란 리본들도 보고 왔다. 그리고오늘 영화관에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왔다.
휴가가 끝날 즈음에야 여름이 끝났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여름이 끝났다는 것을 느끼니 내 젊음의 여름도 지나감을 느낀다. 여름이 지나갔고, 젊음도 지나갔다. 이번 여름은 하릴없이 책만 보고 생각했다. 비어있는 시간을 금식하며 기도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채워졌다는 느낌은 없다. 휴가도 별반 다르지 않게 보냈다. 뭔가를 했지만 채워지진 않았다. 오히려 텅빈 가슴만 더 섬세하게 느꼈다.
내게 주어진 사회적인 삶은 아직 여름일인데 마음은 벌써 늦가을처럼 서늘하다. 가슴은 비어있는 듯 헛헛함에 시리고 목뒤에서는 뭐 하나 이뤄놓은 것이 없다는 민망함이 스물스물 정수리로 올라 온다. 이런 것들에 생각이 미치면 습관적으로 잠시 눈을 감게된다. 혹 내 모습과 시간이 보이지 않아 편안한 마음이 될까 싶어 눈을 감는다.
여름 끝에 과일이 익듯이 내게도 뭔가 열매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것은 없다. 하나님과 세상과 교우에게 미안한 마음만이 단단히 영근 채 가을이 되어 버렸다.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가장 미안하다. 가장 많은 기대와 응원을 보낸 것은 내 자신이었다.
휴가 끝에, 깊은 감사와 열정보다는 옅은 허무의 바람이 가슴에 들어 오는 것을 보니, 나이가 조금 더 들었고 가을을 타기 시작한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