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늘 나도 모르게 피고 진다. 아무리 기다려도 어느 새 피어있다가
화려함에 취해 눈을 감다가 문뜩 고개를 들면 어느 새 사라져 버린다.
나는 꽃이 피는 것을 보지 못했고 꽃이 지는 것 또한 볼 수 없었다.
처음과 나중을 알 수 없는 것이 어디 꽃 뿐이랴.
내게 꽃은 기다림의 오랜 몽오리와 떨어져 밟힌 긴 나중이다.
화려함의 순간은 슬프게도 빨리 사라진다.
기다림의 아련한 희망으로 사라짐의 쓰라린 기억으로 남는 네가 있고,
화려함의 추억으로 남는 네가 있다.
나 또한 네게는 꽃과 같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