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두달만에 요양병원을 다녀왔다. 그동안 메르스때문에 가질 못했는데 지난 주부터는 학교나 병원으로 가는 일이 자유로워져서 그동안 못했던 위로방문을 했다.
오랫만에 가니 환자 접견 방식이 바뀌었다. 병원에 들어갈 때 방문객 대표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었다. 전에는 환자들 여러명이 누운 병실로 직접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따로 접견실에서 환자와 만남을 가졌다.
정확한 명칭을 잘 모르겠는데 환자를 돌보는 분들 일이 많아져 보였다. 환자를 병실에서 일으켜서 휠체어에 옮기고 다시금 접견실로 데리고 나온다. 접견이 끝나면 다시 입원실로 옮기고 침대에 눕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없던 일이 새로 생겼다. 얘기를 들어보니 접견실도 새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임시방편으로 기존에 식당으로 사용하던 곳을 접견실로 썼는데 새롭게 접견실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오랫만에 가니 달리진 것은 접견방법만이 아니었다. 환자를 돌보던 도우미도 바뀌었다. 작년가을부터 지금까지 4명의 도우미가 바뀌었다. 도우미 일이 힘들어서인지 자주 바뀐다. 도우미는 평균 2-3달 정도를 일한다. 지금까지 본 도우미들은 모두 조선족이었다. 겉모습은 차이가 없는데 한두마디 말을 나누면 조선족이라는 것이 금방 드러난다. 남자가 3명 여자가 2명이었다. 모두 다 중국 본토에 가족이 있다고 했다.
병실에서 간호를 돕는 분들을 볼 때마다 늘 얼마를 벌고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했다.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월급은 잘 받는지 하는 일에 어려운 것은 없는지 그런 것들이 늘 궁금하다. 도움 줄 입장도 아니고 능력도 없으면서 그냥 호기심에 궁금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직접 물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 도우미 아저씨는 꽤 말씀을 많이 하시고 농도 잘 던지는 타입인지라 여러 얘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다. 나름 궁금증이 조금 풀렸다.
다른 요양병원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그 아저씨 경우에는 하루에 6만 5천원을 받는다고 했다. 하루 일과가 정확히 어떤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4시 30분에 기상해서 5시 정도부터 움직여 저녁 9시 넘어서 잠을 청한다고 한다. 아침 점심 저녁은 다 제공하고 숙소도 제공한다. 같은 건물에서 숙식을 하니 일과 개인생활의 구분이 없는 듯 보였다. 일은 거의 한달 30일 내내 한다고 한다. 쉬는 날은 없냐고 물으니, 자기가 원하는 날 쉰다고 대답한다. 물론 쉬는 날은 일당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쉬는 날 없이 계속 일한다고 한다. 한달 30일 쉬지않고 열심히 일하면 190만원 정도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반면 일이 안정적이어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계속 일을 할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일이 힘들어 몇달 일하고 다른 일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일이 힘들고 받는 보수가 적어 한국 사람들은 거의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인다. 간혹 여자들도 있는데, 여자가 하기에는 힘이 많이 들어 보인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인을 씻기고 일으키고 옮기고 돌보는 일이 결코 쉬울리 없다. 그래서인지 도우미들은 대개 중국에서 온 조선족 남자들이나 몸집이 큰 조선족 여자분들이 많은 듯 하다.
이번에 만난 도우미 아저씨는 표정도 밝고 유쾌하다. 본토에 있는 가족을 위해 돈을 버는데 어느 정도 벌어서 다시 중국 본토로 돌아갈 생각인 듯 하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일 할 곳이 있고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임에 분명하다.
환자 접견을 마치고 찬송하고 기도하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가족들은 흰봉투에 넣어둔 돈을 도우미에게 찔러준다. 환자를 잘 부탁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이젠 나도 그런 광경을 보는 것이 익숙하다. 환자 가족은 매번 도우미가 바뀔 때마다 몰래 한 두번씩은 봉투를 주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잘 돌봐주겠지만 그래도 바카스 한병이나 한끼 식사비라도 건네주면서 가족을 잘 돌봐달라고 말하는 그 심정이 이해된다.
두 달만에 찾은 요양병원은 이것저것이 바뀌었다. 사람도 바뀌고 절차도 건물도 바뀌었다. 바뀌는 것은 요양병원만은 아닐 것이다. 실은 모든 것이 늘 바뀌고 있는데 눈치채지 못하다가 두달 만에 가니 그제서야 바뀐 것을 눈치챈 것이리라. 다만 변화되는 사회 속에서도 사람들은 살기 위해 여전히 애를 쓰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그 사실만은 여전해 보인다. 오늘도 내게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며 집으로 돌아오니 나 또한 많은 사람과 같은 한 사람이면서 나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