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줄이 끊어져서 다시 빨래줄을 걸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손잡이가 달린 기어를 달아서 빨래줄이 좀 풀리면 조여주는 장치를 하는 거였는데, 이런저런 일로 무산되고 예전처럼 그냥 빨래줄만 설치했습니다.
빨래줄에는 보통 옷 빨래만이 아니라, 무거운 이불 빨래를 널립니다. 일주일에 몇번씩 이불을 널어놓고 먼지를 터느라 각목을 풀스윙으로 휘둘러 대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빨래줄은 얼마 못 가 느슨해지고 6,7개월 지나면 끊어지곤 합니다. 가끔 마당을 지나다니는 아이들이 줄에 매달리기도 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튼튼히 하려고 빨래줄을 두겹으로 꼬아서 설치를 했습니다. 머리를 잘 못 써서 끝의 매듭이 어설프게 됐지만, 줄이 두꺼워진 만큼 전보다는 더 튼튼해졌씁니다. 무거운 이불 빨래를 널어도 제법 버텨줍니다.
하지만 저렇게 빨래줄을 설치해도 빨래가 많은 날은 빨은 빨래를 다 널기에 부족합니다. 그래서 보조 건조대에도 빨래를 널곤 하는데요, 오늘은 나름 참신한 아이디어가 생기더군요. 사진에서 잘 보이진 않지만 빨래와 빨래 사이에 옷걸이를 이용해서 다른 빨래를 널었습니다. 보통 빨래를 널면 바람 때문에 빨래가 떨어지곤 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 빨래집게를 사용하는데, 이 놈의 빨래집게가 보이지 않는 날개가 있는지 늘 사도 사도 어디론가 사라지곤 하는 것이죠. 그 많던 빨래 집게는 어디로 갔는지...
그런데 오늘은 빨래와 빨래 사이에 옷걸이를 걸면서 그 옷걸이를 빨래줄에 걸린 빨래 위에 살짝 고정해서 걸어봤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입니다. 기존보다 빨래도 5/4정도는 더 걸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빨래줄의 빨래가 바람에도 흔들려 떨어지지 않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죠. 집에 한 구석에는 철사로 된 옷걸이가 수십개 쌓여있으니 자원활용에도 꽤 좋구요.
성경 이사야 53장 11절에 보면 "가라사대 그가 자기 영혼의 수고한 것을 보고 만족히 여길 것이라" 하였는데, 마당에 튼튼히 걸려있는 빨래줄과 그 빨래줄에 든든히 걸려있는 빨래들을 보면서 나름 만족한 하루였습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여러개가 있지만 마당의 빨래줄도 내게 깊은 만족감과 행복함을 주는 은혜의 도구인 것이 분명합니다.
필요가 발명을 낳는다고 하던데, 발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생활의 필요 속에서 편리한 발견을 한, 나름 내 자신에게 기특함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비록 어린애같은 철없는 투덜거림이 있던 빨래였지만, 그래도 그 끝은 나름 만족스럽게 끝나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