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구약성서에서 고대 이스라엘이 신에게 드리는 제사에 제물로 바쳐졌던 짐승 중 하나입니다. 주로 개인이나 공동체의 죄를 대신해 신에게 바쳐져 죽는 희생제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사회에서 집단이나 공동의 잘못괴 죄를 대신해서 한 사람을 희생시킬 때 그 사람을 두고 "희생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희생양을 통해서 자신들의 죄책감과 부도덕한 어두움을 드러내면서도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면책을 받곤 합니다. 이런 희생양은 정치나 경제에서도 자주 보입니다. 마치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이 약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과 죄를 짊어지게 하는 것이죠. 비슷한 의미로 신약성서에서는 예수를 "하나님의 어린양"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인류의 죄를 대신해서 신에게 바쳐진 제물이라는 의미죠.
그림은 17세기를 살았던 화가 Francisco de zurbaran 이 그린 "묶인 어린양" (The bound lamb)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뭐, 실제 그림을 보지는 못했지만, 현대의 극사실주의 화가들의 그것과 비교해도 뒤쳐질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림의 양은 힘이 없고 연약한 모습 그대로입니다. 발은 이제 곧 제물로 바쳐질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묶여 있습니다. 묶여 있는 발이 마치 십자가의 형태를 이루게 한 것은 작가의 의도적인 구성같습니다. 십자가에 제물로 바쳐지는 어린양 예수를 상징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복사본 레플리카로 집에 걸어 놓고 싶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올 해가 양의 해라고 하는데,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죽어간 희생양들에 감사하며,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양을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예수를 믿고 따르는 사람으로서 희생하는 것을 손해본다고 생각하는 내 생각과 행동들도 조금은 더 변해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