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
(시편36:9)

[종교] 변화하는 교회

사회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가장 둔감한 곳은 알고 있다. 종교계가 그러하다. 종교계는 태생적으로 자신의 신앙과 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보수성을 띠고 있고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거꾸로 말하자면 그 종교계가 변하는 모습을 보면 사회의 변화를 더 확실하게 확인 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교회의 서부개척시대같은 개척의 황금기가 있었다. 어느 곳이나 자리만 깔면 교회가 되고 부흥이 되고 사람들이 몰리던 시대였다. 하지만 그 시대는 지나갔다. 작더라도 예배당을 갖거나 예배당을 지어야만 시작되는 시대로 넘어갔다. 사람들은 상가에 있는 남루한 교회로 가기 보다는 크고 잘 지어진 교회로 나갔다. 그나마 성장이 더디긴 했지만 사람들은 교회로 왔다. 

이제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 교회를 개척하는 형태도 변했다. 기존에 예배당을 짓는 것에서 카페를 만드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 때 교회 안에 카페를 만들고 사람들을 유치하던 때도 있었다. 열정은 열정대로 쏟고 돈도 많이 썼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교인들 카페로 사용되고 지역사회에 있는 다른 카페의 경쟁자처럼 밉보이기도 했다. 사회와 마을과 동네와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교회는 게토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많이 보이는 교회의 모습이 있다. 바로 카페 교회다. 아예 전문적으로 카페를 운영하면서 일요일에만 예배를 드린다. 겉에는 십자가도 걸려있지 않고 교회라는 표지도 없다. 

용산구 쪽에 있는 카페인데 이름이 JESUS COFFEE.  깨끗하고 분위기도 좋다. 유리칸 안으로는 책이 꼽혀있는 책장도 보인다. 아마 독서모임도 있는 듯 하다. 

얼마 전 본 카페는 처음에는 커피를 파는 곳이었는데 어느새 옆에 같은 컨셉의 책방을 만들었다고 한다. 카페 이름은 놀랍게도 지저스 커피. 오.. 지저스 크라이스트. 이 카페는 분위기도 차분하니 좋고 커피맛도 괜찮다. 조용히 커피마시면서 책을 읽기에도 좋다. 이제 시대는 십자가에서 피를 흘린 주님보다는 카페에서 커피를 따르는 주님이 더 친밀한 시대가 된 듯 하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포도주와 빵을 나누던 만찬은 이제 원두 커피를 드립하고 샌드위치를 잘라먹는 테이블로 바뀌고 있다. 

바뀌기 싫어하고 바뀌기 어려운 종교계가 이렇게 바뀌고 있으니 사회가 얼마나 바뀌었나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늘 그 속에 젖어 살다보니 바뀐 것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이 바뀌었다. 많이 변화되었다. 

그리 생각해 보니 가장 덜 변화되고 가장 바뀌지 않은 것은 나뿐인듯 해 갑작스레 씁쓸해진다. 뭐, 어떤 면에서는 바뀌지 않은 것이 더 좋은 점도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많이 변했다. 

어쨌든 많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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