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agged

감정이 요동치고 흥분한 날은 잠이 안오곤 한다. 마치 커피 세잔을 연거푸 마신 듯 감각들이 흥분되어 가라앉을 줄 모른다. 생각은 많아져서 머리는 뜨겁고 마음은 포용 못 할 감정을 억누르느라 멍이 든 듯 욱신 거린다. 저녁 즈음에는 애써 마음을 정리한 듯 했지만 큰 태풍을 잠시 지나쳤다 뿐이지 태풍 다음에 물어오는 큰 바람또한 무시할 수가 없다. 

동네는 늘 같지만 한번도 같은 느낌을 준 적이 없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느낌을 준다. 미묘한 빛의 변화가,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내가, 변함없는 저 거리와 건물들에 다른 느낌을 부여한다. 

나는 시간들을 모두 균일하게 기억하지 않는다.  기억은 찰라같은 고통 또는 기쁨의 점들이 엉성하게 찍힌 얇고 하얀 무명천과같다. 나는 점과 점을 이어가며 뭉툭한 연필로 선을 긋는다. '자. 이제 모든 것들은 연결되었어’라며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