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나 글을 듣고 보다 보면, "맥락을 좀 알고 말하고 얘기의 요지를 제대로 알아 들어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나는 그런 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러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맥락과 요지를 알아듣는 것은 굉장히 안정적인 정서와 더불어 오랜 시간 쌓아야 하는 교육의 성과였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맥락과 요지를 오해하는 것은 듣고 보는 사람의 지적수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얘기하는 사람의 글과 생각이 너무 난해하거나 난잡할 때 일어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동종 업계에서 일을 하는 분들의 스피치를 들어보면 두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지적 수준에 맞는 사람들에게 맞춰서 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수준에 맞춰서 말하는 것은 굉장히 편하고 자연스런 일입니다. 하지만 그 수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대해서는 가차없이 평가절하하고 칼을 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준 낮은 사람들이라는 평가도 거침없었고요. 그와는 반대로 또 다른 부류가 있는데 이들은 청자나 회중의 수준에 맞춰서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초등학생이나 대학교수나 누구나 들어도 이해하게 얘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었죠. 하지만 너무 낮게 풀어가다가 보니 자칫 저열한 가치나 용어로 말을 하게되는 잘못을 범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대화나 글의 기술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알고있는 것을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지적인 실력이란 생각이 듭니다. 갈수록 지식이 많아져만 가는 시대에서 사람들의 마음과 삶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그것에 맞춰서 말할 수 있는 지적인 겸손과 실력이야 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내가 말을 하는 것에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변화를 시키는 것에 목표가 맞춰진다면, 내가 하는 말과 대화나 글의 방식이 바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문제는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고, 그럴 마음이 있어도 그럴 실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겠지만요. 내게는 그럴 마음은 있는데 그럴 실력이 없어서 늘 문제에 문제가 생겨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