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삐뚤어지고 뒤틀린 텅빈 결핍과 어둠이 자리잡고 있나보다. 그 어둠과 결핍이 서로에게 매력이 되어 끌어당기고 서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해받고 사랑받는다 생각하기에 끌리고 함께 한다. 하지만 생각한 만큼 이해받지도 못했고 결핍이 채워지지도 못하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했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은 오해나 착각이었고 앞에 서있던 사람은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힌 채 새로움을 거부하는 고집불퉁에 자기만 아는 사람이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 사람 정말 아니구나', 혹은 '안맞는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상대방에 대한 경멸의 미소가 지어지면 모든 것은 끝으로 치닫고 어느새 헤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헤어짐 뒤에 또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더라도 악순환은 반복된다.
반복된 실패는 자신을 세상과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린다.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마음의 돌담은 더욱 높게 쌓여 가고 자존심은 높아지지만 자존감은 깨지기 쉬운 유리판보다 얇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높다란 담과 가시덤불을 헤치고 들어올 사람을 기대하는 꿈을 꾼다. 하지만 가시덤불을 헤치며 숲속의 미녀를 찾아 올 왕자는 없다. 저 밝은 세계에는 왕자의 마음에 들만한 공주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한 때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 또한 옛날 얘기가 되어버린다.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을 깨닫게 될 때야 '그 때 그 사람이 그래도 괜찮았는데'라며 후회를 하곤 한다. 하지만 뒤늦은 후회는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여전히 이런 나라도 이해해주고 사랑해줄 누군가가 다가올 거라는 꿈을 꾸는 것으로 만족하곤 한다.
벽을 쌓고 가시덤불을 놓다보니 한 때 커다랗던 세상은 어느덧 작아져 버려 작은 방이 되어 버린다. 작은 방에 걸린 사진과 몇권의 책들, 책상 서랍 속에 보관된 몇가지 물건들만이 마음 속 결핍과 지나온 시간을 말해주는 유일한 나의 세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