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짧은 소설입니다. 이야기는 이반일리치가 일하던 곳에 있던 사람들이 대화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통보받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곤 그의 장례식에서부터 거꾸로 그의 삶을 되짚어 올라갑니다. 이반일리치의 삶은 품위있고 우아한 부유하면서도 권력을 가진 삶이었습니다. 어느 한군데 흠잡을 곳 없이 훌륭하면서도 쾌락과 문화를 향유하는 삶이었는데, 아마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그런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삶속에서도 그가 예측할 수 없었던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 몇 가지로 말미암의 그는 삶의 고통과 슬픔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삶의 작은 흠집과도 같은 일상적인 사건으로 인해 그의 죽음은 시작됩니다.
왠지 별 큰일 없어 보이는 그의 삶은 그가 죽어가는 과정 속에서 점점 무게감있게 압축됩니다. 결국 그의 죽음의 끝에 이르러 그의 삶과 세상과 세상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내려집니다.
그의 생각들을 빌어 생각하자면, 진실들은 간혹 그의 마음을 유혹했지만 그의 삶 속에서는 가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에 균형이 깨지고 고통이 찾아오게 되면서 사람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가고 원치않는 고통 속에 접어들면서 ‘그러한 것들이 거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결국 진실은 그의 종국에 가서야 알게 되고 그 모든 것을 알게 된 순간 그의 삶과 죽음은 끝납니다.
이야기는 현대소설처럼 사람이 감정이 정밀하게 표현되거나 주변의 상황을 긴박하거나 재미있게 풀어가지는 않습니다. 현대의 소설들이 하듯, 죽음의 압축된 순간 조차도 그것을 그리 깊고 자연스럽게 풀어내지 않습니다. 작은 행동과 행동 사이에 아주 짧은 생각의 간격이 있고, 각 행동의 이유와 정서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고전소설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무미건조함과 투박함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책장을 덮고 나면, '뭔가 이 주제에 대해 더 많이 생각을 해야 해’ 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마음에 맴돌게 됩니다. 이야기 속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 그 자신이 자신과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드러나고,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서 세상과 인간이 어떠한 지를 드러내고자 하는 톨스토이의 마음이 조금은 읽혀지는 듯 합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할 때, 짧은 소설로는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이나, 카프카의 변신이야기나, 조금 긴 소설로는 피츠제럴드스콧의 위대한개츠비가 생각납니다. 다른 사람들이 쓴 이야기이지만 비슷한 정서가 읽혀지는 것은 19세기 20세기 서구사회의 인간의 현실이 그러한 것이든지 아니면 인간과 세상이 원래 그러한 것이 이유일 듯 합니다.
비록 건조하고 재미없는 흑백영화를 보는 느낌이긴하지만, 우아함과 권력을 동경하는 시대에 오히려 그 속에서 죽어간 한 사람을 통해 인간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기에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