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
(시편36:9)

[일상] 나 모르세요?

[일상] 나 모르세요?

어떤 분야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면 첫만남에서 심심챦게 듣는 말이 있습니다. 
"나 모르세요? 그 사람 모르세요?"
참 난감한 질문입니다. 나는 당신을 모르는데, 나는 그 사람을 모르는데 말입니다. 

처음에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이상해 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질문이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확인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게중에는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자기 유명세를 드러내고 싶고 확인받고 싶은 의도도 있을 겁니다만, 대게는 그런 질문으로 상대방이 특정 분야의 유명한 사람들에 관심을 갖는 정치적인 사람인지, 혹은 그런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를 타진하는 듯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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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그런 질문에 나름 아는체 하고 대답하는게 더 이로울 거라고 생각해서 장단을 맞추며 인사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서도 어느날 돌이켜 보니까 그렇게 인사하고 사람을 알아도 별 도움이 안되더군요. 아는체 해봤자 어차피 나중에는 모르는게 드러나기도 하고, 그들은 내가 그들을 기억하기를 원하는 것이지 그들이 나를 기억하길 원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이런 얘기를 하면 이게 정말 당연한 얘기인듯 말을 하는데, 나는 이런 당연한 느낌을 갖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사회적인 인사 코드로 그저 그 사람의 이름을 들었다면, "아 ... 예 이름은 들어봤습니다. 아... 예 제가 견문이 좁아서 잘 모르는데요, 어떤 분이시죠?"라고 되묻는 건 나름 좋은 매너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상대방의 얘기를 들으면 매너있게 행동하려고 마음을 가다듬고 대화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매너는 매너일 뿐 나는 정말 그 사람에대해서 잘 모릅니다. 

생각해보니까 내 주변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쉽게 안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를 안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그 사람의 진심과 그가 일하거나 사는 모습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할 터인데 나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알아도 내 주관에 따라 편협하게 아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내 주변 사람도 잘 모르는데 거리로나 사회적으로나 멀리 있는 당신과 그 사람을 내가 어찌 알겠습니까. 

이제는 제법 사회적으로 매너있게 인사하는 법을 배우긴 했는데 일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특이한 접근과 감성을 표현하는 분들은 여전히 부담스럽긴 합니다. 아직 내 경험이 적고 마음과 매너가 원숙하지 못해서 그런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내 부족함은 인정하고 그렇다손 치더라도, "나 모르세요? 그 사람 모르세요?"라는 질문은 유독 특정 분야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점은 여전히 이해하기 난해한, 아니 이해하기 싫은 그들만의 특별한 정서인 듯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나를 소개할 때 이렇게 말하곤 하는거 보면 도찐개찐 비슷한 듯 싶습니다. 
"아... 저 모르세요? 이름은 정말 유명한데요..." 

 

 

[상상]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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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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