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
(시편36:9)

[종교] 0503

알람이 울렸는데 잠결에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깨어나지 못하고 잠이 더욱 들었습니다. 어제는 아예 알람 소리를 못들어서 깨어나지 못했는데 오늘은 얼핏 듣고도 못일어난 거지요. 그러다 문득 '아. 일어나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부풀어 오른 풍선이 작은 바늘에 펑하고 터지듯이 잠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몸과 맘이 어디서부터 생긴 '아. 일어나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펑하니 터져 버렸습니다. 그리곤 눈이 떠지고 그와 더불어 몸이 일으켜졌습니다. 스마트폰을 켜서 시계를 보니 [ 0 5 : 0 3 ]. 원래 일어나야 하는 시간보다 1시간은 늦었지만 그래도 5시정도이니 크게 늦지는 않은겁니다. 게다가 못일어날 뻔 했는데 일어났으니 말이죠.

아무도 나오지 않는 새벽 교회당으로 발을 옮깁니다. 옷은 머리까지 눌러쓴 점퍼를 입고 교회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교인 두명이 앉아 있습니다. '아. 나오길 잘했다. 왠일로 나와있지?'. 일년 가도 한명이 한번 나올까 말까 한데 두명이나 나와 있습니다. 기쁘기 보다는 좀 놀랍고 '못일어 났으면 정말 민망할 뻔 했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던대로 강단으로 올라가 앉았습니다. 그런데 강단 옆에는 한 청년 비슷한 남루한 옷차림의 사람이 이미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허름한 차림으로 마치 노숙자 같은 느낌이었지만 냄새도 나지않고 깨끗한 느낌이었습니다. '왜, 이 강단 앞까지 나와서 기도하고 있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그냥 내가 하던대로 자리에 앉아서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목회를 하다보면 가끔 아주 가끔은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교회 권사님 한분이 옆으로 오더니 이따가 낮에 점심 약속을 잡겠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웃으며 친절하게 말씀하시는데 뒤에는 두 분이 기도를 하고 있으니 나중에 기도 끝나고 전화로 얘기하자고 조용하게 뒤로 보냈습니다. 많이 당황스런 새벽이었지만, 그 권사님과 연관된 일 때문에 맘이 큰 부담이 있었는데 '그래도 이 새벽에 찾아온 것을 보면 나름 큰 은혜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마음 속의 멍이 조금은 풀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던 예배당에 몇 명의 교인들이 생기는 바람에 그들을 의식해서인지 나도 나름 열심히 기도를 하는데 아이들이 몇명 강단 앞으로 나옵니다. 그러더니 내 앞에서 같이 나를 따라 기도합니다. "주여, 주여. 내 마음도 주님 닮게 해 주세요. 지혜와 용기를 주세요. 주님 뜻대로 살게 해주세". 되도 않는 소리를 내며 나름 간절히 기도를 하는 모습에 내 마음이 찡해 옵니다. '나는 저렇게 기도하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 세명 중에 한 명이 내 아이입니다. 내 앞에서 나를 따라 같이 기도합니다. 아마 엄마하고 같이 나왔나 봅니다. 어릴 때 예배당에서 어른들이 찬양하고 기도하는것 보고 따라하기는 했지만 저렇게 기도하지는 않았는데 오늘 새벽에는 정말 열심히 기도를 합니다. 내 마음이 뜨거워지고 뭔가 속에 맺혔던 것들이 풀어집니다.

그런데 고등학생정도 되는 녀석이 작은 아이를 괴롭히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생긴 것은 나빠 보이지 않는데 왠지 생각이 없어보이는 그런 모습이 어디서 본 듯한 녀석입니다. '그러지 마라. 그러면 안되는 거야'라고 얘기 했습니다. 이상하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지만, 한 단어 단어 힘을 내어 소리를 냅니다. '과연 저 녀석이 내 말을 들을까?'. 고맙게도 그녀석이 내 소리를 듣고 아이를 괴롭히지 않습니다. 착해 보이는데 누가 애정을 가지고 가르쳐주지 않아서 그렇게 된 듯 합니다. 녀석의 얼굴이 좀 더 온순해지고 눈에 총기가 돕니다. '하나님이 하신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말한다고 말을 들을리는 없을테니까요. 주님이 은혜 주셔서 그 녀석이 말을 들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뿌듯한 맘에 자리에 다시 앉아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했습니다. '이 새벽에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이상한 일들이 이렇게 벌어지는 것인가'. 뭔가 특별하고 은혜로운 일들이지만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내 가슴은 뜨거워졌지만 머리 한 구석에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건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뒤에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있는지 없는지는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교회당에서 나와 다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은 깜깜했고 내 눈도 마음도 생각도 깜깜해지며 의식이 멀어졌습니다.

알람이 울렸는데 잠결에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깨어나지 못하고 잠이 더욱 들었습니다. 어제는 아예 알람 소리를 못들어서 깨어나지 못했는데 오늘은 얼핏 듣고도 못일어난 거지요. 그러다 문득 '아. 일어나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부풀어 오른 풍선이 작은 바늘에 펑하고 터지듯이 잠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몸과 맘이 어디서부터 생긴 '아. 일어나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펑하니 터져 버렸습니다. 그리곤 눈이 떠지고 그와 더불어 몸이 일으켜졌습니다. 스마트폰을 켜서 시계를 보니 [ 0 5 : 0 3 ]. 원래 일어나야 하는 시간보다 1시간은 늦었지만 그래도 5시정도이니 크게 늦지는 않은겁니다. 게다가 못일어날 뻔 했는데 일어났으니 말이죠.

꿈이었습니다. 일어나지 못하는 나를 꿈속의 내가 깨웠습니다.

아무도 나오지 않는 새벽교회당으로 발을 옮깁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없지만 내 부끄러움과 안쓰러움과 쓰라린 가슴과 감사함을 담아 기도를 드렸습니다.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며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기도했습니다. [짙은 청록의 숲으로 자라나는 세상]의 환상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새벽에 나를 깨워주신 주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기도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 0 6 : 0 3 ] 분 이었습니다. 
꿈이 아니었습니다. 일어난 내가 꿈 속의 내게 꿈 속의 하나님께 손을 흔듭니다.

고맙습니다. 꿈 속의 나님. 
감사합니다. 꿈 속의 하나님.

[일상] 행복의 유효기간

[상상] 븡정적 사고